"힘들것 같습니다." 3박 4일 동안 학교 조사, 시장조사를 끝내고 보고서를 만든 뒤 회장님과 만났다. 회장님께서는 미간을 찡그리시며 무슨소리냐고 했다. 사실대로 말하는 수 밖에. 중국 교육부에서 규정이 변경되어 60세 이상은 입학이 불가능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다른 방법은 없어?" 회장님께서 다른 방법을 찾아 보라고 하셨다. 내가 무슨 갑부집 아들도 아니고, 빽이 있는 것도 아니고...하...중국 교육부에서 안된다는 걸 내가 무슨 수로 가능하게 하냐고! 우씨. 스트레th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데 갑자기 청도에 한 분 얼굴이 떠올랐다. 혹시 그 분이면..


내가 청도에서 유학생활 할 동안 나를 많이 도와주셨던 아주머가 있다. 직감적으로 그 아주머니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당장 위쳇으로 연락을 취했다. ~~~~~주절주절~~~~ 위쳇으로 아주머니께 나으 지금 절박한 상황을 주저리주저리 말씀 드렸더니 알아보겠단다! 할렐루야!


정말 감사하게도 그분의 아는 사람 아는 사람을 통해 몇몇 방법들이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회장님께 바로 보고! 


"약속시간을 잡아봐"


역시 과감하시다. 회장님께서 직접 중국에 가셔서 그분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그분과 약속 시간을 조율하기로 했다.

왠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랜만에 타보는 비행기여서 사진을 마구 찍었다. 긴장한 탓인지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가서 잘 할 수 있겠지.


인천에서 청도까지 1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숙소는 이비스 호텔을 이용했다.

중국의 대학교 교실 내부



"最近中国教育部规定改变,60岁以上的人不能入学。" 말도안되...  첫날 부터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청도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청도 해양대로 향했다. 옛날 내가 공부했던 건물, 밥먹었던 식당, 알고지내던 사람.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입학처로 달려갔다. 사무실에는 여성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사람이 왔는데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니하오" 하니깐 그제서야 " 什么事儿?무슨일이야 하면서 쳐다보더라. 이건 옛날에도 느껴서 아무렇지 않다. 

나는 그분께 우리 회장님께서 이곳에 입학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나이를 물어보았다. 60세 정도... 나는 혹시나 말을 얼버무렸다. 담당자는 60세가 넘으면 입학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무슨 소리냐고 따졌다. 내가 이곳에서 유학할때만해도 60, 70세 어르신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하지만 최근 교육부 규정이 바뀌었다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해양대학교에서 나오자 마자 청도대로 향했다. 청도대도 마찬가지였다. "最近中国教育部规定改变,60岁以上的人不能入学." 60세 이상 입학불가. 청도과학기술대학교에도 가보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60세는 입학이 불가능하다고 방법이 없단다! 어떻하나....숙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회장님께서 잔뜩기대를 하고 계실텐데...

  1. 핸드폰 내구제 2018.01.16 06:42 신고

    필력 좋으시네요 진짜 재밌게 읽었습니다
    예전 글이긴 하다만 계획하신거
    뜻대로 다 이루셨길 바랍니다

"중국에가서 공부하고 싶다." 어느날 회장님께서 나를 회장실로 부르셨다. 당신께서는 나에게 중국에 가고 싶다고 말하셨다. 참고로 울 회장님은 올해 63세다. 이제 평화롭게 유유자적 남은 인생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도 될 나이다. 하지만 당신은 점점 성장해가는 중국을 직접가서 보고 싶고 배우고 싶다고 하셨다. 그것 때문에 사모님과 불화도 생긴것 같다. 하긴 남편이 번듯한 사업체 놔두고 노년에 해외로 간다는데 선뜻 오케이 하는 배우자는 드물 것이다.

나에게 특명이 떨어졌다. 청도에 가서 회장님께서 다닐만한 대학교를 알아보고 조사해 보는 것. 그리고 덤으로 시장조사까지 하고 와야 한다. 3박 4일동안 다 못 할 것 같아서 시간을 더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무조건 할 수 있다" 고만 하신다.  어쩔수 없다. 회장님이 할 수 있다면 할 수있는 거다! 

일정을 잡고 사전조사를 하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대학생때 청도에서 교환학생으로 유학생활을 1년 했다. 20대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다. 1년동안 중국어를 마스터 할려고 얼마나 발버둥 치고 고군분투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처절했다. 회화를 늘리기 위해 일부러 은행, 휴대폰대리점, 중국미용실, 중국세탁소 등 생활중국어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곳은 다 찾아 다녔다. 덕분에 중국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중국어, 중국사람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그때 청도에서 1년동안의 노력 덕분에 나중에 상해에서 1년동안 일도 할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볼 일이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때 느꼈던 감정과 기억들이 그 곳에 그대로 있을까? 그때 함께 추억을 만들었던 친구들도 여전할까?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학교 조사와 시장조사를 하지? 여러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하지만 또 하나의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을 10년 전에 읽었다. 몇몇 주옥같은 문장들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요즘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상대방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느낀다. 그 사람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다.


 웨딩 촬영을 할 때 세 사람이 필요하다. 사진사, 영상, 도우미. 이 세 사람이 한 팀이 되어 작품을 만든다. 세 사람 역할 모두 중요하다. 굳이 따지자면 사진사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사진사는 촬영이 끝날 때 까지 신랑신부와 소통한다. 행복한 표정, 멋진 포즈 모두가 사진사의 몸짓, 말짓에서 나온다. 영상과 도우미는 거들 뿐이다.


 나는 매주 웨딩촬영을 간다. 여러 성향을 가진 사진사와 작업을 한다. 힘이 넘치는 사람. 조용조용한 사람. 시크한 사람. 다양하다. 어제 만난 사진사는 조용함과 시크함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는 중후한 목소리로 톤이 아주 낮았다. 두꺼운 검은 뿔테를 끼고 있었고,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촬영 내내 신랑신부에게 툭툭 던지는 말투로 표정과 포즈를 요구했다. 신랑신부는 사진사의 말이 이해가 안됐음에도 이 포즈 저 포즈를 지어 보이며 사진사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2009MBC에서 <말의 힘>이라는 특선 다큐를 방영했다. 두 개의 병에 갓 지은 밥을 담고 뚜껑을 닫았다. 한 쪽에는 고맙습니다글을 붙여 놓았다. 다른 한쪽에는 짜증나를 붙여 놓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수시로 해당 병에 붙여져 있는 글을 밥에게 들려주었다. 한 달 뒤 병의 뚜껑을 열었다. 고맙습니다를 붙인 병의 밥은 하얀 곰팡이가 피어 구수한 냄새가 났다. 하지만 짜증나를 붙인 병속의 밥은 검은색 곰팡이가 피었다. 냄새도 역했다. 무심코 내뱉는 말의 중요성을 보여준 실험이었다.


 그 사진사가 무심코 뱉는 말. 행하는 행동이 웨딩촬영 분위기를 다운시켜놓았다. 나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점점 사라졌다. 예전에 어떤 사진기사가 이런 말을 나에게 한 적이 있다. “사진사는 개그맨이 아니에요. 우리가 왜 신랑신부를 웃겨주고 즐겁게 해주어야해? 자기들 사진 잘 나오려면 자기들이 알아서 표정하고 포즈를 신경 써야지, 왜 우리가 난리를 쳐야해?”


 포즈를 요구하는 일이 힘들다는 점은 안다. 하지만 그것은 이기적인 말이다. 촬영대상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말이다. 결혼식을 위해서 새벽부터 준비하느라 웃음 뒤, 지쳐있는 신랑신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그런 말과 행동은 나오지 않을 텐데 말이다. 사막이 아름다운건 사막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결혼식이 아름다운건 예식을 진행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두 주인공에 대한 배려가 있기 때문 아닐까.

신부님, 신랑님께 영상 메시지하나 남겨주세요.”, “신랑님, 신부님께 영상 메시지 하나 남겨주세요.” 결혼식 비디오 촬영을 할 때 마다 신랑신부에게 부탁하는 멘트다. 이런 멘트를 부탁하는 이유는 결혼한 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뜨거웠던 사랑의 감정은 사그라지고, 그 자리에 더 견고한 우정의 감정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농담처럼 이제 뭐, 의리로 살지라고 하시는 말씀이 그냥 하시는 말씀은 아닐것이다.


그럴 때 결혼식 영상을 돌려보며, 그때의 기억과 감정을 다시 회상한다면 세월에 닳아 사라진 사랑의 감정이 다시 요동칠지도 모를 일 아닌가.

아무튼 결혼식 때 영상메세지는 참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가끔 몇몇 신랑과 신부들은 부끄럽다고 피하거나, 메시지를 남겨도 한마디 혹은 두 마디 마지못해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런 걸 보면 그동안 살아온 경험에 비춰볼 때 그들의 결혼 생활이 험난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반대로 진심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카메라 앞에 서는 신랑 신부들이 있는데, 그럴 때는 촬영하는 나까지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그땐 이런 확신이 든다. 이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 당연히 역경과 고난이 있겠지만 사랑과 대화로 잘 헤쳐 나가겠구나.


엊그제 웨딩촬영을 했다 그 두 사람은... 글쎄 모르겠다. 신부가 영상 메시지를 남기기 싫다고 완곡하게 거절하는 바람에 신랑의 영상 메시지만 담았다. 나야 크게 상관은 없지만 나중에 DVD를 받아서 둘이 앉아서 돌려 볼 텐데... 라고 생각하니 괜히 내가 걱정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 속담에도 예외가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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