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상처 받은 사람들을 위한 중국어




 나에게는 외국어에 대한 상처가 있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일이다. 낮은 영어 점수를 올려보려고  여름 방학 때 열심히 성문종합영어를 쥐어 파고 왔다. 칠판을 향한 나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어떤 문제든 내봐라.


 오만이 문제였을까? 햇살이 화창한 어느 오후, 영어 수업 시간. 선생님은 조선어로 문법에 대한 설명을 줄줄 하시더니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순간 얼음이 돼버렸다. 분명 선생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한국어인데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선생님께서 한번 더 말씀을 해 주셨는데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당연히 질문도 대답을 못했다.







 그 사건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두 달 동안 성문종합영어를 달달 외웠는데...뭐가 문제였을까. 난 영어에 재능이 없나? 지능이 낮은가? 하...결국 고민 끝에 내가 내린 답은 “문법으로는 '살아있는' 영어를 공부 할 수 없다 “였다.(옆집 개나줘버려) 그날 나는 영어를 포기 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세히 말하면 학교 공교육 수업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문법 위주의 영어 공부에 나는 더 이상 흥미와 학습 동기를 잃어 버렸고 마음을 쏟을 다른 외국어를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영포자가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외국어 외도를 하기 시작했다. 나의 첫 대상은 중국어였다. 어릴 때 부터 홍콩영화와 무협 영화를 즐겨 본 것도 있지만, 집 근처에 외국인 노동자 센터가 있어서 주일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중국인들과 접촉을 할 수 있어서 살아있는 중국어를. 그 외도가 계기가 되어서 나는 대학교를 중국어과를 진학했고 10년 동안 중국어로 다양한 중국친구들도 사귀며 많은 추억들을 쌓을 수 있었고, 밥도 벌어 먹고 있다. (다행이다 학교에서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안배워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와 같이 영어에 상처가 있으리라. 하지만 여러분 잘못이 아니다.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학교 잘 못이고, 영어 선생님 잘 못이다. 너무 이기적인거 아니냐고? 일단 그렇게 생각하자. 외국어를 배울 때는 ‘내가 최고다.’ ,’나는 외국어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 '내말이 곧 답이다'라는 자뻑이 필요하다.(왕따 당할 수 있으니 혼자서 속으로만 되뇌이자.) 자신감을 충전했으면 그 다음은 훈련 방법을 살펴보자.



 여기서 외국어 방법론을 논하는 것은 딱딱하고, 이 글의 취지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간단히 비유만 들겠다. 외국어는 밥 먹는 것과 같다. 우리 중에 언제부터 스스로 숟가락을 들고 밥을 떠먹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아기들을 잘 살펴보면 아기들이 어떻게 밥을 스스로 먹게 되는지 알 수 있다. 간단하다. 처음에는 엄마가 떠 먹여 준다. 그 다음은 엄마가 아기 스스로 떠먹을 수 있게 옆에서 보조 역할을 해준다. 시간이 좀 지나고 드디어 아이 혼자서 밥을 떠 먹는다. 반넘게 흘리지만 말이다. 엄마는 옆에서 눈이 동그래져서 박수를 치며 감탄한다.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는다. 당연한거 아니냐고?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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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우리들은 외국어라는 밥을 떠먹을 때 젓가락질 하는 법, 숫가락질 하는 법이 쓰여진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몇 년 정도 책을 파고 젓가락, 숟가락 이론을 체화 시킨다. 그런 다음 한참 지나서 젓가락질을 한번 시도 한다. 실망한다. 아! 내가 몇 년 동안 숫가락 젓가락질  이론을 마스터 했는데 콩을 놓치다니! 하면서 실망한다. 그리고 다시 숫가락 젓가락질 책을 펼쳐 든다.



 좀 과장된 면이 있지만, 나도 이렇게 영어 공부를 했었고,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중국어 만큼은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문법은 말을 다 배우고 배워도 늦지 않다. 한국 사람들 중에 한국어 문법에 자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5천만 중에 1000명 될까?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하고 소통하는데 아무 문제 없다.



 자, 그럼 지금부터 영어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들을 위한 중국어 강의를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강의 대상은 중국어를 이제 처음 접하는 사람, 중국어를 배우고 있지만 중국인만 보면 여전히 무섭고, 긴장되는 사람들이다. 위에서 말했 듯, 여러분 잘못이 아니다. 여러분 개개인에게는  외국어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 그렇게 믿는 다면 그 다음 장으로 넘어가자.(아직도 자신에게 외국어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면 “나에게는 외국어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라고 100번 말하고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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